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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민 갈끔초
, 등록일 : , 조회 : 6,807
크기가 30cm나 되는 슈퍼고추, 에너지 절감형 3열 건조방법, 광폭형 고추전용하우스, 비가림 고추재배법 등 과학적 농업으로 대통령상까지 받은 이종민 씨. 변변히 배운 것도 없는 그가 어떻게 대한민국 최고의 고추농사꾼이 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경험을 소중히 하는 정신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농민이라면 모두가 다른 농산물과 함께 고추농사를 짓고 있다. 이종민 씨도 24년 전에 군대를 다녀온 뒤 고추와 담배, 인삼 등을 재배하였다. 그러던 중 겨울이 되면 농민들이 할 일 없이 노는 것을 보고 15년 전에 비닐하우스를 시작하였다. 그때 이종민 씨는 비닐하우스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하우스만 지어 놓으면 겨울에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줄 알았지요”라고 말할 정도이다. 
그러던 그가 현재 ‘충북고추연구소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는 연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교육기관에서 공부를 한 것은 아니었고, 열심히 관찰을 하였을 뿐이다. 농사를 짓다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다음해에 다른 방법을 적용해 보고, 그 다음해에는 또 다른 방법을 적용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씩 조금씩 기술을 개발해 나갔던 것이다.

◈ 살아있는 경험을 고추농사에 적용
그가 경험으로 안 지식은 지금도 농사짓는 데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이종민 씨가 생산하는 고추는 모두 껍질이 두꺼운 것들뿐이다. 보통 소비자들은 고추의 껍질이 얇은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두께가 얇아야 잘 마르고, 그것을 가루로 빻았을 때 색깔이 곱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껍질이 두꺼운 고추는 말려 놓으면 색이 검게 보인다. 그러기 때문에 종묘회사에서도 자꾸 껍질이 얇은 고추를 개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맛에서는 차이가 난다. 얇은 고추로 빻은 고춧가루로 김치를 담그면 고춧가루가 겉돌게 되어 맛이 우러나오질 않게 된다. 하지만 두꺼운 껍질의 고추로 빻은 고춧가루는, 김치를 담근지 2~3일만 지나면 국물이 우러나오기 시작하여 고추의 참맛을 내게 된다. 그러기 때문에 이종민 씨는 지금도 껍질이 두꺼운 고추만을 고집하고 있다. 

◈ 필요한 사람에게 정보를 주기 위한 정책의 필요성
그가 아쉬워하는 점은 농민들의 해외견학이다. 정보를 얻고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선진 외국에 가보면 배울 것이 별로 없다고 한다. 선진국의 좋은 시설은 우리 농가의 현실로 보면 그림의 떡일 뿐이고, 기술로 따진다면 우리 농민이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견학은 농민들보다는 관계 공무원들에게 더 필요하다고 한다. 선진국에 가서 정부에서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어떻게 판매해 주는 지를 배워와야 한다는 것이다. 판매가 안정되면 우리 농민들의 기술로도 얼마든지 좋은 농산물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이종민 씨는 직접 설계한 ‘광폭형 고추전용하우스’로 고추농사를 짓는다. 광폭형 고추전용하우스란, 높이가 3m 정도인 일반 비닐하우스보다 훨씬 넓고 높게 만든 하우스를 가리킨다. 보통 넓이가 12~13m이고 높이가 5m 정도이며 한 동의 넓이가 300평은 된다고 한다. 비닐하우스가 크면 난방을 위한 연료비도 많이 드는데 굳이 이런 방법으로 농사를 짓는 데는 이유가 있다. 광폭하우스는 넓기 때문에 난방기계를 여러 개 놓을 수 있어 겨울을 나기 편하고, 고추의 생산량도 많기 때문이다. 
일반 비닐하우스로 농사를 짓던 이종민 씨는 고추 꽃이 잘 안 피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은 원래 그런 거라고 하였지만 이종민 씨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공기의 흐름과 겨울철 난방 방법을 연구한 끝에 비닐하우스를 넓히고 높이는 5m로 높였다. 그러자 고추의 꽃도 훨씬 더 잘 피었고 고추의 숫자도 훨씬 더 많이 달리게 되었다. 
이외에도 그가 농사를 짓는 방법에는 ‘비가림 건고추 재배기술’도 있다. 일반 하우스도 비를 가려준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이 방법은 하우스의 높이를 5m로 높인 것이다. 이렇게 변화를 주자 하우스 안의 고온현상을 막아주어 고추 꽃이 잘 피었다. 이렇게 한 결과 일년 내내 수확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일반 농지 1평에서 생산되는 고추가 1근 반인데 반해 이 기술로는 6~7근이 생산되었던 것이다.

◈ 생각을 바꾸면 새로운 기술이 나온다
그가 개발한 기술은 다양한데 그 중 한 가지 사례가 ‘에너지 절감형 태양열(3熱) 건조장’이다. 어느 여름날, 그는 강가에 나갔다가 그곳에 있는 돌이 햇빛에 의해 뜨겁게 달구어져 맨발로는 밟을 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군다나 이 돌은 밤이 되어도 쉽게 식질 않았다.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그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게 되었다. 
태양초고추는 햇빛으로 빨리 말려야 하며 늦게 말리면 불량품이 나오게 된다. 그런데 햇빛이 아닌 불을 지펴 말리면 색깔은 좋아지는데 연료비가 많이 들었다. 그는 이 두 가지의 장점을 접목시켰던 것이다. 즉, 비닐하우스 건조장 안에 돌을 깔고 그 위에다 고추를 말리면 햇빛과 온돌방식으로 동시에 말리기 때문에 색깔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최고품질의 태양초고추가 나오게 되었다. 또한 밤이 되어 기온이 35도 아래로 떨어지면 자동적으로 보일러가 작동되도록 하였다. 이것은 품질면에서 뿐만 아니라, 하루 종일 불을 지피지 않기 때문에 연료비를 70% 이상 절감할 수 있었다. 
보통 태양열로만 건조시킨 고추는 50% 이상의 불량품이 나오지만 ‘에너지 절감형 3열 건조 방식’으로 건조시키면 거의 100% 가까이 상품화 될 수 있었다. 
그가 개발한 기술은 이뿐만이 아니라 물과 추비량(비료, 석회, 칼륨 등)을 이용하여 고추 특유의 매운맛의 강도와 당도를 조절하는 기술도 개발하여 고추의 맛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 변화를 주어라
비닐하우스로 고추농사를 지으면 가격이 높아져 팔리지를 않았다. 일반 밭에서 생산한 고추가격이 3,000원이라 하여, 연료비 등이 휠씬 더 들어간 비닐하우스에서 나온 고추도 3,000원에 팔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비닐하우스 고추의 경쟁력으로 그가 생각해낸 것이 청결고추였다. 
소비자들이 고추를 사오면 그것을 일일이 닦은 뒤에 고춧가루로 빻는 것을 본 그는 그럴 필요가 없는 고춧가루를 만들었던 것이다. 청결고추는 농약, 오염물질, 먼지 등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고추세척기, 살수세척, 지하수세척 등의 3단계를 거쳐 먼지 하나 들어올 수 없도록 완전히 차단된 건조장에서 말린다.
그러자 입소문이 나면서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여기서도 이종민 씨는 많이 파는 데에만 안주하지 않았다. 그는 고춧가루를 사간 사람이 맛이 없다고 하면 택비비용을 포함한 모든 비용을 되돌려 주었다. 
그렇게 하자 주문이 밀려들기 시작하였다. 생산량은 한정되어 있는데 너무 많은 주문이 들어오자 어쩔 수 없이 한정판매를 하게 되었다. 즉, 한 가구당 20근씩만 판매를 했다. 그러자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졌고, 어쩔 수 없이 2001년부터는 30근으로 조정을 하게 되었다.

 

■ 끊임없이 연구하는 자세  
 
 

20여 년 동안 고추 농사를 지으면서 그는 조그마한 것까지도 무심히 넘기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개선할 방법이 있으면 연구하여 바꾸어나갔다.
비닐하우스로 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 가장 큰 걱정은 겨울철의 연료비이다. 겨울철에 비닐하우스 내의 온도를 2도 정도 올리려면 연료비는 배가 들어가, 온도를 올릴수록 연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고추도 마찬가지이다. 봄에 수확을 하기 위해 겨울철에 고추의 꽃이 피게 하려면 온도를 12도 이상으로 해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연료비 때문에 고추값이 너무 비싸져 팔리지 않고, 판매가 되어도 손해를 보게 된다. 그는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 끝에 고추의 꽃을 10월에 피게 하였다. 그리고 꽃이 피어 있는 상태로 겨울을 나게 하였다. 일단 꽃이 피고 난 뒤엔 일정한 온도만 유지해 주면 꽃이 계속 피어 있는 상태로 겨울을 나게 된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이런 방법을 적용하자 연료비의 70%를 절감할 수 있었다. 
또 고추를 키울 때 저온으로 키우면 고추나무가 태양빛을 더 받기 위해 똑바로 자라게 된다는 사실도 알아내었다. 고온으로 키울 때는 줄기가 구부러져 고추가 많이 열리면 나뭇가지가 꺾어져버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저온으로 키운 고추가 맛도 좋아 판매도 잘 되었다.
이렇게 일하는 방법을 바꾸어 나가던 그가 발견한 것 중에 ‘슈퍼고추’라는 것이 있다. 크기가 30cm 가까이 되며 무게는 70~100g 정도로 일반 고추보다 크기는 3배 정도, 무게는 5배 정도 무거운 고추이다. 그는 고추에도 돌연변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하지만 몇만 그루가 넘는 고추 중에 한 포기, 그것도 몇 년에 한 번씩 굉장히 큰 돌연변이 고추가 생기는 것을 찾아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는 돌연변이의 씨를 받아 다시 심기를 반복하여 슈퍼고추를 생산할 수 있게 만들었다. 슈퍼고추로 김치를 담그면 김치맛이 아주 좋다고 한다. 그만큼 껍질이 두껍고 당도가 높기 때문이다. 
현재 이 슈퍼고추는 200평 정도 재배를 하고 있지만 일반판매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단지 친한 분들에게 선물용으로만 주고 있다. 왜냐하면 이 슈퍼고추는 재배하는 방법도 까다롭고, 손도 많이 갈 뿐 아니라 껍질이 너무 두껍기 때문에 말리기도 힘들다고 한다.

◈ 소비자는 왕이며 신용은 생명이다
이종민 씨가 판매하는 고춧가루는 3년전부터 1근에 8,000원이다. 그 전에는 6,000원이었는데 이 가격은 10년 가까이 변함이 없었다. 풍년이 들어 시중 가격이 폭락해도, 흉년이 되어 가격이 폭등해도 변함없는 가격이었다. 
한때는 주위의 농민들에게 원망을 듣기도 하였다. 고추값이 폭등할 때 이종민 씨가 너무 싸게 팔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미래를 보고 이것을 홍보의 기회로 삼았다. 8년 동안 이런 가격정책을 쓴 효과는 엄청났다. 소비자의 머리 속에 언제나 똑같은 품질, 똑같은 가격이라는 뚜렷한 브랜드 인식을 심어 주었던 것이다. 그는 원래 10년 동안 같은 가격으로 판매하려 했으나 이웃 농민들과, 여러 판매처에서 불평이 들어오자 어쩔 수 없이 8,000원으로 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소비자에게 고춧가루를 택배로 보낼 때는 반드시 조금 더 넣어준다. 왜냐하면 그 조금이 소비자의 기분을 좋게 하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농산물이 수입되어 많은 농가에서 힘들어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종민 씨는 그런 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오히려 수입품이 많아질수록 주문은 더 많이 들어오는데 그 이유는, 이미 소비자들의 머리 속에는 품질면에서 중국 농산물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기술을 준다 

고추나무의 크기는 5미터까지 자란다고 한다. 하지만 고추는 일일이 사람이 직접 손으로 따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높게 자라면 인건비가 너무 많이 들게 된다. 그래서 사람이 딸 수 있는 높이인 2m 이상으로 크지 않도록 하는데, 2m 정도가 크면 고추줄기가 휘어지게 하여 꺾이지 않도록 줄을 매어 준다. 고추나무의 특징은 휘어진 부분에서 새로운 싹이 나오는데 계속 이렇게 해주면 훨씬 많은 고추가 열리게 된다. 그는 자신이 알아낸 이 방법을 전국의 농민에게 전파하여 지금은 거의 모두가 이런 방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그의 농장에는 1년에 3만~4만 명 정도가 방문을 한다. 그들에게 그는 자신이 아는 모든 기술을 공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직접 가르쳐준다. 그는 농민들이 모인 곳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오면 어디든지 뛰어간다. 하지만 그가 강의를 나가는 것에는 한 가지 원칙이 있다. 즉, 정년퇴임이나 명예퇴직이 얼마 남지 않는 나이든 사람들이거나, 농민들이 모인 곳에 주로 간다. 나이든 사람들은 그들의 노후를 생각해서이고, 농민들에게 알려주는 것은 자신의 기술과 노하우가 실제 현장에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농장 안에 고추 전시관을 만들어, 1950년대부터의 고추에 대한 역사, 청결고추 생산방법, 재배방법 등을 전시해 놓고 누구든지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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